봄을 밝히는 꽃들이 하나 둘씩 피어나고 있다.낙엽지는 가을엔 떠나지 말라'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무작정 떠나고픈 계절이 어쩌면 겨울도 아닌 봄인지도 모르겠다.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지라 굳이 꽃찾아 떠나지 않아도 안방에서 동네방네 피어나는 꽃도 ,첩첩 산중에서 이름없이 피고 지는 꽃도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컴에 접속만 하면 만사 오케다.그렇긴 해도 흙을 밟지 않는 자연과의 교감은 삭막하다. 땅가득 차오르는 따스한 기운을 감지하며 하늘이 왜 푸르고 맑은지 쳐다도 보고, 정처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 실개천 버들강아지 움트는 몸짓도 보노라면 매양 힘든 일상일지라도 자연 속에 담그며 찌든 마음 있다면 봄바람 속으로 날려 버리고 노란 산수유 닮은 햇봄 같은 미소로 자연 속을 걷자고 봄길로 나서는 것 일게다.
매섭게 불던 바람 그치고 꽃샘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일에 부지런한 봄은 남쪽 동네에 꽃잔치를 벌이며 십리밖 너머 마음을 초대하는데 초대장 없이 봄을 맞는 몸들은 그저 설렌다. 섬진강변 매화는 섬진강 때문에 아름답고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는 전설같은 돌담길과 돌돌 거리며 흐르는 실개천 물소리에 운치가 있고 ,쌍계사 십리 벚꽃길은 지리산 기운을 휘감고 도는 산자락 길목에 피어나니 더 멋스러울 터 저마다의 자랑으로 봄을 맞는 남녘은 뭐니해도 봄이면 가보고 싶은곳이긴 하다. 지난 몇해는 남녘의 봄맞이에 길떠나곤 했다. 서서히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은 이젠 어디서고 만날 수 있다
한달여를 몸살감기로 앓다가 어제 겨우 외출다운 외츨을 했는데 과천 미술관에서 만난 제비꽃이다.입구 주차장이 만차여서 야영장 가는길 위쪽 높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일보다가 드라이브차 잠깐 들른거라 계획없이 갔기에 연못가 풍경이나 담고 볼만한 전시회라도 봐야지라며 전시회장 쪽으로 가려는데 순간 스치는 아지랭이 같은 거 ,제비꽃이다. 관심있게 살펴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주차장 비탈진 언덕에서 피어나고 있다.땅 가까이에 낮고 겸손하게 피는 꽃이라지만 가녀린 몸짓으로 땅에 몸을 눕히며 생명으로 탄생하기 위한 강한 몸부림을 본다. 슬픔조차도 감추고서 힘없는 낙엽이 포근히 감싸안고 있다. 따스한 햇살로 인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생존의 몸부림이리라.땅 가까이 가장 낮은곳에 머물지만 외적인 조건에 불만없는 청초한 보라빛 미소는 어떤 시련도 이겨나갈 양 야무지기만하다.
허리를 낮추어야만 볼 수 있는 제비꽃이라더니 담을려니 정말 힘이든다. 풀꽃나라 초록향기님 만큼은 아니더라도 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별로 뒤지지 않기에 조심조심 담느라 애쓰다보니 식은땀이 다 난다.하필이면 차안에서 무언가 대화에 열심인 연인들이 세워둔 차뒤 비탈진 곳에서 담다보니 신경이 더 쓰인다.그렇다고 체념할 내가 아니기에 그들이 다른곳으로 간다.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한 웃음으로 갈색 낙엽에게서 바톤을 건네 받고자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수줍게 피어나던 꽃, 피어나는 모습 그대로 담아 올려본다.꽃들도 그러하듯 봄과 접속하는 마음들 마다에 봄닮은 향기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봄과 접속하기 , 봄찾아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 있는곳이면 그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