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세시를 알리는 핸폰 알람에 눈을 떴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니 아직 밤인양 어둠 가득입니다.
어제 네시간을 숨가쁘게 달려와 쪽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
소위 찍사님들의 포인트가 되는 자리를 답사해 놓았기에
동트기 전 늪의 환상적인 물안개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섭니다.
화왕산 억새의 고장인 창녕읍이 가까웠으나 부곡하와이로 유명하다는 근교의 부곡온천에서 숙박을 하였으니
늪에 가는 시간을 감안해 일찍 서둘렀습니다
더운 하루를 예고하듯 식지않은 어제의 뜨거운 열기가 어두컴컴한 길따라 이어집니다.
생태계를 관찰하는 학습을 하러 온 것도 아니면서 비장한 각오? 로 망원렌즈까지 장만하였으니
제발 기후조건이라도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랬습니다.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포늪의 여명을 전할 수 있기를, 꿈도 야무지게 꾸면서......
어제 다녀간 좁은 흙길 늪가엔
잠에서 덜깬 나무들이 졸고 , 늪에서 피어나는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꾸루룩 꾸루룩 , 어둠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새소리도 가늘게 들립니다.
새벽시간에 선택한 포인트가 되는 곳을 찾아가는 길은 비좁은 흙길입니다.
쌍방 서로간에 차 세우기 좋은 여건인 쪽에서 멈춰주어야 합니다.
누군가 바짝 뒤따르니 양보까지 하며 어제 답사해 두었던 제방둑을 잘 못 찾는지 한없이 버벅댑니다.
침묵하는 이 늪에서 이들은 무얼 담을 것인가?
새벽의 푸르름 속에서 살짜기 그들을 훔쳐보며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켰습니다.
늪을 거느리는 생명의 밀도를 나타내기엔 감히 어줍다고 생각이 드니 맹랑한 제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스쳐 지나는 자연의 찰나를 야심차게 담을 수는 없을지라도 ,
맹목의 열정이 아닌 내 감성만큼만 표현되었으면 하고는........
다섯시나 되었을까요?
둑 저만치 늪에서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나는 광경이 잡힙니다.
그 정도로는 안되는지 아무도 셔텨를 누르지 않습니다.
실습이상의 수확은 아예 기대치 않을 셈으로 망원으로 잡아보니 휘뿌연게 안개의 실체하곤 거리가 멉니다.
아니, 몇 컷만 담고는 모두 삼각대를 접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망원으로 담은건 멋진 추상화로 변해 죄다 버렸습니다.
멋진 일출의 장관은 운 좋은 사람들 몫이려니 .......
참 좋은 햇님은 건너편 소목마을 산 위로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노를 젓는 사공의 모습은 커녕 배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허긴 , 햇살 비치는 늪에서 노를 젓겠다고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으니 사공님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저 서정의 풍광만 찾느라 물고기가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만
자자한 칭송과 함께 원시늪에 반한 동행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 늪 속에 커다란 물고기가 많이 산다고 했습니다.
몇 번이나 그만 접고 가자는 재촉을 무시한 채 무언가를 계속 담았으니.......
그건 순전히 오기였음을 고백합니다.
우포늪은 그 면적이 70만평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습지입니다.
우포늪은 우여면과 이방면, 대합면 등 3개면 , 14개마을에 걸쳐 있으며 우포 목포,사지포 ,쪽지벌로 나뉩니다.
생태관찰을 위한 탐방길은 주로 전망대와 생태관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나
이번 제 우포늪 방문은 사진을 위한 목적이 더 앞섰기에 이방면 방향으로 들어갔습니다.
촬영 할 수 있는 포인트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는 군요.
크게 4곳을 나뉘는데
관광지 우포, 소목마을 제방, 우만마을 쪽 제방 , 사지포 제방 입니다.
저마다 다른 관심사로 접근하겠지만
저는 여명의 햇살, 물안개, 뱃사공, 서정의 우포를 그리며 새벽시간대를 우만마을 쪽 포인트로 정했습니다.
소목마을 지나 목포 버들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우만마을로 들어가면 죄회전 하는 길이 나오는데 비포장 좁은 흙길이 나옵니다.
그 길로 조금 더 가면 김정문 알로에 공장이 있는 형설의 전당이 나오고 그곳 지나 쇠사슬로 쳐있는 제방둑이 나옵니다.
여름엔 그곳이 일출 포인트라는 군요.
일몰은 그 반대편이 되겠지요.
창녕 IC에서 나와서 이방면 방향으로 들어가는 코스는
웹에서 검색하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참조하세요.
'시간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곡에서 (0) | 2008.08.14 |
---|---|
갯벌의 숨소리 (0) | 2008.08.13 |
우포늪의 여름 2 ㅡ 생명의 숨소리 (0) | 2008.08.11 |
우포늪의 여름 1 - 생명의 바람 (0) | 2008.08.09 |
솔섬의 일몰. (0) | 200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