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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너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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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순간의 막연함이 얼마나 깊고 그윽한지 무늬도 없이 모티브를 가득 채우던 긴 여백의 알 수 없는 적요가 마치 ,그 어딘가에 다다라 꿈을 완성시키려는 강력한 무언같다. 2010 아산만
바람을 앞세워 구름은 재주를 부리고 섬을 살아 있게 하려고 하늘과 바다는 상호간 협조를 한다 나는 더불어 항해를 하고. 2012 , 여수
벚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밤이슬 비처럼 내리고 계곡 건너 빨간 양철지붕집 조롱박 줄타며 묘기 부리던 시절 그야말로 꿈꾸듯 바라보았던 쌍계사 계곡에 꽃비가 내린다 칠흙처럼 까만 밤하늘 별이 반짝이면 우리의 꿈도 반짝거렸다. 천진난만한 두 딸은 밤하늘 별보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꿈의 깊이를 더했었다 ..
잎새의 춤 유한한 생에서 무한으로 가는 통로라도 되는 것처럼 빛바랜 나뭇잎새가 태양 앞에서 춤을 춘다 스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집착이 애닮기만 한데 온 마음 같은 둥그런 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품는 구나. 20150715
나팔소리 빨간 나팔꽃 한 송이 기상 나팔을 불면 햇살은 절로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준비한다 나팔꽃 충만함이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 영시 교회에서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들려주던 트럼펫을 닮았다. 20150715 린
열망 여름날 무성했던 푸른 잎들 사라져 스산한 가을 연밭에서 햇살과 연밥을 연결시켜보려고 시도하는 그때 내 시선을 잡아채던 압도적인 장면이란, 생의 한 순간이 미지의 영역에 있음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연밥의 자세는 성스럽기까지 했다 찬란하게 부서지는 햇살은 열망의 시를 쓰..
지리산의 여명 세월이 흘러도 가슴 깊이 각인되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 추석성묘 무렵 그 틈새에 우린 자주 지리산을 갔었고 , 어지간하면 지리산랜드 주변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가 좋아하는만큼 언제라도 가면 지리산은 환대했고 우린 늘 가감없는 기쁨으로 화답했다 여행지에 가면..
갯벌도 말을 한다 한때 영흥도에 자주 간 적이 있다 영흥도는 서울에서 한시간 반 남짓 차로 갈 수 있는 섬이다 그곳의 바닷가는 너른 갯벌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서어나무 군락지가 있는 십리포 갯벌이 유명하다 누구라도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주민들의 숨결이 스며 있..